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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옥 경부 폭탄사건 베이스 <밀정>에 대해서

by loyum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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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 포스터

1. 밀정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베이스로 한 팩션 영화이며,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이라는 책을 원작으로 하는 2016년 9월 7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입니다. 2016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폐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받았으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 부문 한국 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수상했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인 워너 브라더스가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제작비 862만 달러 전액을 투자하고 제작, 배급까지 합니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두운 스파이물이며, 정확히 말하자면 버디물에 좀 더 가깝습니다. 2016년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으며, 흥행결과는 밀정이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감독 김지운은 자신의 전 작품인 <놈놈놈> 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것을 본 작품에서 다루겠다고 천명한 바 있죠. 독립운동가이자 의열단원으로 황거에 폭탄을 던진 김지섭을 도와줬던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극 중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들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실명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감독은 "실명을 직접 사용하기가 부담됐다"면서 "실명을 사용해 신뢰감, 사실감을 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배우가 만들어내는 테크닉과 재능을 관객들이 즐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 이정출은 황옥, 김우진은 김시현, 연계순은 현계옥, 정채산은 김원봉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그 밖에도 김상옥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김장옥과, 김익상의 의거를 연상케 하는 선길의 캐릭터 등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더라도 실제 인물과 사건을 많이 참고했다고 하죠.

2. 역사와의 차이점

애초에 이 영화는 실제사건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으나, 실제 사건은 폭탄이 발각됨에 따라 작전은 실패했으며 사실상 독립투사로 굳어진 이정출의 모티브인 황옥은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친일파였다는 의견이 더 많지만 친일하여 경부 자리까지 올랐으나, 실제 황옥은 광복 이후 김시현 등 의열단원과 꾸준히 교류하였고 반민특위의 일원으로도 활동하였습니다. 학계에서의 다수설은 맞으나 완전히 확증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연회장 폭발도 실제로는 전혀 없던 일 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뼈대는 허구인 셈이죠. 그러나 1920년 9월 부산 경찰서장 폭살(爆殺) 사건(의열단원 박재혁의 의거), 1920년 12월 밀양 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의열단원 최수봉의 의거)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작가가 차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식민지를 배경으로 하여 주요 인물들의 허망한 최후와 후반부의 연회장 폭발, 실제 역사와는 정 반대의 결과 등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에서 다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영화에 나오는 조선총독부 청사는 경복궁에 위치한 건물로 나오지만 실제 황옥경부사건이 있었던 1923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건물입니다. 경복궁 조선총독부 청사는 1926년에야 완공되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시기에 조선총독부는 남산 왜성대 통감부 건물을 청사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열단 출신 독립운동가 김익상의 조선총독부 폭탄투척사건도 남산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영화 후반부 조선총독부 청사에 내선일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내선일체' 표어가 나오던 시기는 일제강점기 3기(1937년~1945년) 무렵입니다. 영화 배경은 일제강점기 2기(1920년대)이죠.

3. 평가

2016년 8월 25일 언론시사 직후 씨네21의 조재휘 평론가는 진중하고 우아한 서스펜스 스파이 영화로 호평했습니다. 비슷한 소재의 전지현 이정재 주연 영화 <암살>과 비교되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릅니다. 평론가의 평가는 암살보다 높고 대중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편이죠. 최동훈 감독답게 오락성이 강한 암살을 선호하는 대중들도 있고 무거운 분위기와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는 밀정을 선호하는 측도 있습니다. 암살같은 영화를 상상하고 갈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숙지를 해놓는 게 좋습니다. 바꿔 말하면, 암살에 실망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송강호와 특별출연 이병헌의 연기력에는 이견없는 극찬에 무명에 가까웠던 엄태구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또한 주로 뮤지컬과 드라마에서 활동했던 신성록에게도 첫 영화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4. 실존인물 모티브

등장인물 이정출은 실존인물 황옥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김지섭의 폭탄에다 조선총독부 물품이라는 표지를 붙여서 일본으로 갖고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 사람도 이 사람입니다. 황옥은 해방 이후 반민특위에서 활동하다가 1950년 납북됩니다. 황옥이 실제 밀정이었다가 의열단에 감화되어서 진심으로 지원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일본을 속인 이중 스파이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폭탄을 싣고 조선총독부를 향해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는 정채산의 부하 선길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김익상은 의열단 출신의 독립운동가이며, 조선총독부 투탄 의거에 성공했고 무사히 탈출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사후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영화는 선길이 자전거를 타고 조선 총독부로 향하며 끝나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폭탄이 폭발하는 폭발음이 나옵니다.

5. 여담

미국의 워너 브라더스 본사에 영화 시나리오를 영어로 번역해 보냈는데, 2시간도 채 안되어 ‘당장 진행하라’는 승낙 답장이 왔다고 합니다. 제작비가 무려 100억이 넘는지라 조심스럽게 거듭해 물었는데, "이 시나리오는 무조건 진행해라."라고 답장을 받았다고 하죠. 다행히도 영화 개봉 10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워너 브라더스는 본전을 되찾았고, 이후에는 흑자만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였습니다. 공유가 인터뷰하기로는 원래는 연계순과 김우진의 키스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이 막상 보니 오글거린다면서 찍지는 않았다고 하죠. 오히려 뺀 것이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의열단에 관해서라든지 내용이 훨씬 많았으나 잘린 부분이 많고 공유가 나오는 장면도 잘린 부분이 많아서 감독판이 나오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별출연인 이병헌은 촬영 때 배우 개그 장난을 걸쭉하게 쳐서 촬영장을 여러번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비하인드도 있습니다. 이정출과 정채산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자기 소개를 "반갑소. 나 박창이요."라고 했고, 식사하는 장면을 감독과 함께 검토하다가 "감독님, 애드립으로 '자, 모히또 좀 가져오게' 라고 해도 돼요?"라고 말하기도하여 웃음을 주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