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상
실제 역사 계유정난에 가상의 인물인 관상가가 개입되었다는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사극 영화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적자면, 조선 시대 최고의 얼굴 판독가인 내경은 은둔 생활을 하던 중 기생인 연홍의 제안으로 돈과 명예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살해 사건에 연루되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진실을 밝혀내죠. 그 후 왕 문종은 내경의 실력을 인정하고, 나쁜 계획을 세우는 배신자들을 찾도록 명령합니다. 하지만 문종의 죽음과 새로운 왕 단종이 등장하면서 권력 다툼이 시작됩니다. 수양대군은 계략적으로 단종을 제거하려고 하고 내경은 진정한 왕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위협 속에서 싸워야 하는 스토리 입니다.
2. 평가 및 흥행
스토리 자체는 평이하고 계유정난이라는 배경 자체도 이미 많은 작품으로 다뤄진 탓에 평론가 평점은 그리 높지 않지만, 네이버 영화 평점은 8점대 이상을 유지하는 등 관객 평가는 좋은 편입니다. 관상이란 독특한 소재로 전반부의 코미디와 후반부의 정치 스릴러의 조화와 더불어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김의성 등 배우들의 연기가 잘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또한 이병우가 담당한 영화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잡아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함께 호평받았습니다. 수양대군의 첫 등장씬과 마지막 수양대군의 반역 장면이 특히 좋았다는 감상이 많으며, OST가 발매되지 않아 아쉽다는 얘기가 보였습니다. 2013년 <설국열차> 이후 최고의 흥행작으로 1,000만 관객을 넘느냐는 말도 나왔지만 후반에 그 기세가 꺾이며 천만은 넘지 못하고 최종 관객 913만 4,586명으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비록 1,000만 관객 달성은 실패했지만 역대 사극 영화로는 <명량> (1710만), <광해, 왕이 된 남자> (1,232만), <왕의 남자> (1,230만)에 이은 역대 4위 기록입니다.
3. 실제 역사와의 차이
역사의 전반적인 큰 흐름 외에는 설정 대부분이 픽션입니다. 애초에 정통 사극이 아니기 때문에, 재현 오류를 지적하기보다는 실제 역사와 비교하는 식으로 봐야 합니다. 관복에서 평상복에 이르기까지 복식 재현이 상당히 사실과 다릅니다. 견종 재현도 틀린데, 수양대군의 첫 등장 장면에 나오는 사냥개들이 저먼 셰퍼드죠. 세이블 색과 검은색의 2마리가 출연했습니다. 비슷한 모색의 진돗개 재구와 흑구가 출연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귀나 얼굴 등의 체형을 보면 진돗개와는 거리가 멉니다. 저먼 셰퍼드는 20세기에 개발한 품종으로, 영화의 배경보다 500년 가량 늦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시대적 오류이지만, 대중들이 흔히 상상하는 사냥개의 이미지가 저먼 셰퍼드이고, 수양대군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허용이자 의도적 장치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반면 잘 현실을 반영한 부분은 비 올 때 쓰던 갈모의 재현으로, 종이에 기름을 먹여 방수가 되는 모자입니다. 극중 팽헌이 명나라 사신을 접견하는 곳으로 수양을 찾아간 장면에 호위무사들이 쓴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우선 수양대군이 첫 등장 장면에 김종서에게 대놓고 야심을 드러내며 도발하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엄청난 무리수입니다. 실제 역사에서 문종의 어명(이자 간곡한 부탁)을 받들어 국정을 위임받은, 고지식하고 강직한 고명대신 김종서와 황보인의 지상과제는 오로지 단 하나, 단종이 성장하여 친정을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 안위를 지키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 권력자에게 대놓고 의심과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는 건, 어떤 명목으로든 탄핵을 얻어맞아 정치 생명이 끝장나는 자살 행위로, 왕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수양은 김종서를 비롯한 여러 대신들에게 철저하게 속내를 감추며 매우 능글맞게 대했습니다. 또한, 실제 역사에서 수양은 계유정난을 정말 조심스럽게 준비했습니다. 수양과 한명회, 권람이 수 년 간 세간의 눈을 철저히 피해가며 간신히 준비한 것이 고작 건달 몇 십명이었을 정도로, 조선은 사적인 무력을 보유하기 극히 어려운 구조였죠.
4. 배우 관련
이정재는 대본을 받자마자 수양대군 역을 무척 마음에 들어해 혹시 다른 사람에게 역이 돌아갈까 전전긍긍했다고 합니다. 특히 김혜수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가 남장을 하고 수양대군을 하면 안 되냐"고 감독에게 말했을 때 진짜 그렇게 될까봐 걱정했었다고 하여 웃음을 주었죠. 우연의 일치로 수양대군과 이를 연기한 이정재는 둘 다 전주 이씨로 같은 집안입니다. 수양대군은 태종의 셋째 아들 충녕대군(세종대왕)의 둘째 아들이고, 이정재는 태종의 둘째 아들 효령대군의 후손이라 수양대군의 계보와는 상관없는 인물이나, 그래도 수양대군 사촌형제의 후손이니 그렇게 먼 방계는 아닙니다. 채상우는 드라마 《인수대비》에서도 단종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얼굴의 상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주연 배우들의 얼굴을 초상화로 그린 듯한 효과로 캐릭터 포스터로 만들어 영화의 제목과 주제를 잘 표현하였습니다. 여섯 장 모두 그렇지만 특히 주인공 송강호의 포스터는 조선시대 선비 화가 공재 윤두서 자화상이 연상될 정도로 닮게 구성했습니다.
5. 촬영
<관상> 첫 등장 시 이정재가 입은 검은 모피 옷은 현실에는 맞지 않지만 감독이 의상팀에 부탁해 제작했는데, 극중 수양대군이 등장하는 씬은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등장씬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슬로우모션으로 등장하는 수양대군의 강렬한 인상은 극장에서 관람한 사람들을 압도했죠. 실제로 제작진은 이 씬을 찍기 위해서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이는 등 무척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상영 시간이 2시간 20분으로 상당히 긴 편인데, 이것도 1시간이 넘는 분량을 편집해낸 결과입니다. 편집된 부분에는 역모를 일으켜야만 왕이 될 수 있는 수양대군의 내면적 갈등을 묘사한 장면도 있습니다. 즉 수양대군을 입체적인 악역으로 만들려 했으나 방향이 변경되어 단순 악역으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잘못하면 어설픈 위선자로 잘못 묘사될 위험도 존재했기 때문에 잘라낸게 오히려 잘됐다는 평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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