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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컬트 영화 최초 천만 영화 <파묘> 파묘하기

by loyum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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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포스터

1. 파묘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인 2024년 2월 22일, 개봉한 한국 영화입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퇴마, 오컬트 장르를 고집해 온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작으로 선정되었으며, 꾸준한 흥행세 덕에 오컬트 영화 최초의 천만 영화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기존의 최고 흥행 오컬트물은 687만 관객을 동원한 <곡성>이었습니다.

2. 사운드 트랙

장재현 감독의 작품들에 항상 음악을 맡아왔던 영화음악가 김태성이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했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다소 관념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던 전작 <사바하>와 달리 <파묘>는 직접적이고 엔터테이닝한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김태성의 음악 역시 직설적인 스타일로 스코어링되었습니다. 또한 <사바하>의 스코어 음악이 상당히 생경한 느낌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처럼<파묘> 의 음악 역시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나무에 못을 박는 소리가 악기처럼 사용되기도 했고, 도깨비불 씬의 음악의 경우 일본 승려가 경문을 외는 것을 녹음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사운드트랙 발매는 아직까지 요원한 상태입니다. 국내 OST 시장은 어느 순간부터 상업성 높은 가창곡으로만 편중되고 가사가 없는 오리지널 스코어는 거의 소멸한 수준인지라 사운드트랙이 결국 발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사바하>의 경우처럼 정식 OST가 아닌 개인 음반으로 발매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기에 발매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3. 평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한 이후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있습니다. 호러 영화이지만 고전적 방식이 아닌 잘 짜여진 각본과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압박하는 작품이라는 쪽으로 평이 집약되고 있습니다. 공개된 씨네21 평론가 평 역시 근래 한국 상업영화 중 눈에 띄게 좋은 편이며, 장재현의 전작들과 비교해도 평균 별점이 가장 높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호평을 받고있습니다. 최민식과 유해진은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장면에서는 진중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김고은과 이도현 또한 이번 작품에서 좋은 연기력을 선보여 몰입감을 크게 높였습니다. 특히 이도현은 이번이 상업영화 데뷔작인데 엄청난 연기력과 함께 배우 특유의 마스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는지, 관람객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주연 4인방뿐 아니라 조연들, 박지용을 맡은 김재철의 연기력 또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은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체화된 정령이라는 소재와 우리 민족의 역사를 풍수지리와 함께 잘 연결했다는 점을 평가합니다. 또 긴장감을 높게 가져가며 흥미진진한 연출, 최대한 CG를 자제하고 실제 사물을 이용한 실감나는 촬영도 호평. 극중 화염이 솟구쳐 공중을 나는 도깨비불 씬은 실제 크레인을 이용해 움직인 것이라 합니다. 또한 장르가 바뀌기는 하나 오컬트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선에서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 관객들도 다수 있는 편입니다.

4. 촬영 비하인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속신앙의 피날레를 터뜨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굿 장면에도 비주얼적 멋을 위한 군더더기 없이 하나하나 정확한 목적과 쓰임새를 녹였습니다. 예를 들어 대살굿은 실제 굿의 동선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원래는 4시간이 걸리는 굿을 5분 안에 보여줘야 했기에 어떤 걸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또한, 배우 김고은은 무속 선생님 집에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리허설을 했고 그 뒤 하루에 몰아서 카메라 4대를 동원해 찍었다고합니다. 감독은 실제로 무속인은 신을 받으면 즐긴다고 하여 김고은에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고 하죠. 영화가 가을 배경부터 담아야 하기 때문에 당초 2021년 가을부터 촬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최민식의 스케줄, 무당 배역 캐스팅, 시나리오 수정 등을 이유로 2022년 가을로 촬영을 미뤘었다고합니다. 촬영시기가 미뤄진 만큼 원래 개봉일이 2023년 11월로 예정되었으나 2024년 2월로 연기되었죠. 촬영이 늦어진 데에는 이모개 촬영감독의 합류가 늦어진 것 때문도 있습니다. 그는 ‘서울의 봄’ ‘아수라’ 등을 비롯해 김성수 감독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인물로 김성수 감독이 장재현 감독에게 “기회가 되면 (이모개 촬영감독과)같이 해 봐라”라고 제안을 해 성사된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파묘>는 배우 최민식의 첫 오컬트 영화 출연작인데, 홍보차 출연한 유퀴즈에서 본인은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습니다. 돈까지 내가며 공포감을 사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했죠. 그렇다고 장르 자체를 무시하는 건 아니고 이제까지 공포영화를 출연하지 않은 것은 그냥 섭외가 안 들어와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공포영화는 장르 특성상 큰 흥행이 힘들기 때문에 자본이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 공포영화는 주로 여름 한 철 짧게 뽑고 가려는 목적으로 기획되는 시기를 겪었다 보니 제작비도 낮고 유명 감독이나 배우들이 맡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결과물의 질이 낮으니 흥행 성적도 좋지 않고, 흥행이 안 되니 투자는 더 안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을 겪어 지금은 본 영화의 감독인 장재현이나 나홍진과 같이 역량높은 감독 몇몇만 가져가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5. 감독

감독은 관에 관한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관련 페티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관을 찍기만 해도 흥분됐다고 밝혔기도 했습니다. 감독은 <사바하> 작업이 끝나고 한국장례협회를 찾아 대표를 만나서 이틀 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합니다. 풍수지리사협회가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한국풍수지리협회 분들을 만났고 협회에 소속 되지 않고 혼자 재벌집 묫자리를 봐주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장의사들도 만났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들이 살면서 쌓아온 코어랄까, 내공에 공통된 것들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이장의 80% 정도는 땅을 팔거나 재개발이 돼 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20%는 무덤 자체가 잘못됐던 걸 꺼냅니다. 그게 과거로 가는 여정 같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뭔가 과거의 잘못된 것을 꺼낸다는 것, 거기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고. 감독은 영화를 위해 장례지도사 자격증까지 공부하며 10여차례 이장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무속신앙에 대해 검은 사제들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정말 푹 빠져서, 무속인의 아이덴티티로 두 사제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작가적인 의도였기에 그때부터 무속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도 유명한 무속인의 도움을 받았는데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고춘자와 똑같이 무속인으로 활동 중인 그의 며느리 이다영이였습니다. 이 사람도 시어머니가 '진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속인 기질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죠. 30대 중후반에 경력이 5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감독은 "제가 봐도 레벨이 완전히 다르시더라"로 감탄했습니다. 이다영은 영화 작업이 처음이고, 원래 미디어 노출을 안 하는데 '파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고 감독과 고향이 같아서 정말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고 하죠. 김고은은 경문을 외고 굿을 하는 무당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만신인 이 고부와 수시로 연락하고 집에도 찾아가 생활하며 주요 장면들을 교육받았습니다. 진짜 각 잡고 교장 선생님 모시듯 했다고 합니다. 굿 장면을 위해서는 영상을 찾아보고 수차례 리허설을 하며 디테일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