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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소설을 모티브로 한 <엘리멘탈> 파헤치기

by loyum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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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 포스터

1. 엘리멘탈

2023년 6월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소설을 모티브로 하였죠. 감독은 <굿 다이노> 를 연출한 피터 손, 제작은 <카 2>와 <굿 다이노>를 제작한 데니스 림이 맡았습니다. 세계에서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정반대로 대한민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의 흥행을 기록하였습니다. 당해 초 엄청난 흥행을 불러일으킨 <스즈메의 문단속> 의 관객수를 뛰어넘고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당시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한국에서만 약 550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북미 다음 전 세계 2위의 기록이고, 3위 프랑스, 4위 영국의 약 2.5배나 되는 수준이며, 전 세계 흥행수익의 10% 이상을 차지합니다. <비긴 어게인>, <어바웃 타임>, <인터스텔라>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타 국가 대비 매우 높은 흥행을 일으킨 영화의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2. 줄거리

<엘리멘탈> 의 이야기는 불, 물, 공기, 흙의 네가지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시작됩니다. 각 원소들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불의 주민들은 도시에 늦게 정착한 이민자처럼 살아가니다. 불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주인공 "엠버"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를 도와주면서 살고 있죠.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실수로 가게의 배관을 터트리고 그 곳에서 파이어 플레이스에서 발견된 배관 문제를 조사하러 나온 시청의 검사관인 물의 상징 캐릭터 "웨이드"가 나타나 엠버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불의 주민답게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엠버와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은 성격인 웨이드는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서로 충돌도 하지만,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중, 엠버는 자신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며 웨이드는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엠버는 부모님의 기대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웨이드와 새로운 시작을 함으로써 끝을 내립니다.

3. 평가

원소를 다채롭게 활용한 참신한 상상력이나 캐릭터 설정, 주연 캐릭터 간의 관계성, 감동적인 스토리는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CG나 영상미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명작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편이라 적어도 티켓값은 하는 영화라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그중에서도 물과 불이라는 원소 캐릭터의 특성을 다루며 광물에 발을 디딜 때마다 변하는 부분이나 물이 끓어오르는 디테일, 폭발할 때의 이펙트는 그동안 픽사가 이러한 불 표현보다 물과 얼음에 집중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첫 시도에서 꽤나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스토리의 중심축이 되는 누수 문제가 지나치게 가볍고 산만하게 다뤄지며, 세계관이 창의적인 데 반해 활용은 그만큼 다양하지 못해 흙과 공기 원소들의 비중이 너무 적다는 점을 지적받았습니다. 픽사의 특징 중 하나가 절대 허투루 나온 캐릭터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흙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희미하다는 건 분명 아쉬운 점입니다. 게다가 또한 픽사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독창적인 서사이다 보니 이번에도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 관객들의 경우, 무난하고 다소 진부한 서사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불 원소가 아시아 이민자에 대한 비유이다보니, <엘리멘탈> 예고편에도 나온 뜨거운(매운) 음식과 큰절을 비롯한 전체적인 문화나, 불 원소들의 영토인 파이어랜드에서는 푸른 불꽃으로 모두가 이어져 살고 있었던 점, 그리고 앰버가 태어났을 때 앰버의 부모가 그 푸른 불꽃의 일부인 랜턴에서 푸른 불꽃을 앰버에게 옮겨 붙이는 모습에서 유추되는 ‘공동체와 전통을 중시하는 생활상’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등, 한국인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편입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전반적인 관람객 평이 좋은 것도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으로 읽힙니다.

4. 사운드트랙

<엘리멘탈>의 음악은 토마스 뉴먼의 작법 스타일이 제대로 드러난 스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접근방식을 깨고 각양각색의 사운드들을 마치 팔레트에 담긴 물감처럼 활용하여 영화의 분위기와 딱 들어맞으면서도 독특한 결과물을 내곤 했습니다. 뉴먼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민과 사랑'이라는 스토리를 살리기 위해 중국과 인도의 악기를 사용해 이국적인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밝혔으며, 앰버의 부모님이 엘리멘트 시티 항구에 도착하는 장면인 오프닝 시퀸스를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 오프닝 곡인 'Across The Ocean'을 작업하는 데 공을 들였으며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스코어와 가창곡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접근법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Stop Wade!'. 가사가 있는 보컬이 들어가고 곡의 형식도 중간중간 완전한 가창곡의 형태를 됩니다. 그러나 장면에서 강조해야할 부분, 예컨대 인물의 중요한 동작이나 컷 전환에 음악의 싱크가 맞춰져 작곡되는 등 기본적인 성질은 스코어에 가까운 곡입니다.

5. 여담

전작인 <버즈 라이트이어>에 웨이드 리플이 그려진 물병이 나온 이스터 에그가 있습니다. 또한, 극 중 버니 루멘의 가게의 간판 음료 메뉴인 라바 자바(Lava Java)는 실제 있는 커피 상표인 'Java Lava'의 패러디로 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와 함께 엔딩 크레딧에는 미국의 각종 상표를 4원소에 맞게 패러디한 이름들도 나오죠. 작중 등장하는 공원의 모양과 열차 노선 모양이 원소 주기율표 모양입니다. 각본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영화의 초기 버전에서 웨이드의 엄마인 브룩은 원래 픽사의 최종 보스이자 악역(antagonist)이였다고 합니다. 브룩이 상수도 책임자로서 운하를 통해 파이어타운에 물을 흘려보내지만 버니가 이를 막는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컨셉은 각본가가 앰버와 웨이드의 사랑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결국 삭제되었습니다.  보다보면 뭐든 쉽게 태우고 녹이는 불 원소들이 입고 있는 옷은 어떤 물질이길래, 단 한 번도 타거나 녹지 않으면서 우산 하나로 띄울만큼 가벼운가가 궁금할 수 있는데 제작진 인터뷰에 따르면 그냥 파이어랜드에서만 나는 특수한 보석, 즉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작중에만 있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평상시에는 그저 강철과 비슷하게 시꺼멓기만 한 옷이지만 가끔 보라색 등 다른 색깔의 것도 입으며, 파이어플레이스 세대교체 의식 등 특별한 의식에서는 여러 색깔의 조각으로 일종의 무늬를 만든 옷을 입기도 합니다. 그리고 체인메일을 모티브 삼아 일정한 무늬로 그물코를 뜬 그물 형태이기에, 검은색 단색일 때에도 몸 자체가 빛나는 불 인간의 특성과 어우러져 나름대로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