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옹
하루아침에 가족이 몰살당해 고아가 된 소녀 '마틸다'와 고독한 외톨이 살인청부업자 '레옹'의 복수극을 그린 1994년에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영화입니다. 그랑블루의 대성공으로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 뤽 베송 감독이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내민 도전장 격인 작품입니다. 액션 영화로서의 재미 요소와 드라마로서의 애잔함을 두루 갖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레옹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지금도 '인생 영화' 하면 해당 영화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대중적인 평가 면에서도 최고치를 찍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걸작입니다.
2. 극장판과 감독판의 차이점
극장판에선 총 23분 가량이 삭제되었는데, 삭제 장면 대부분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들이라 감상에 있어서 극장판과 감독판이 매우 크게 차이 나는 영화중 하나입니다. 우선 두고두고 회자되는 카프카스 룰렛 장면이 극장판에선 잘려나갔습니다. 마틸다가 정식으로 그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장면으로, 마틸다가 집에서 가져온 돈으로 살인을 청부하지만 그가 이를 거절하자, 장전된 리볼버를 머리에 겨누고 내가 이기면 자신을 평생 책임지라고 말하죠. 마틸다가 진다는 것은 곧 죽음이며, 다시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프로 청부업자답게 소리만 듣고 총알이 장전된 것을 알아차렸으며, 마틸다가 죽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는지 총알이 발사되기 직전 마틸다의 팔을 잡아틀어 결국 마틸다가 승리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감독판으로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문서의 명대사 파트에도 이 장면에서의 대사가 통째로 실릴 정도니 이 장면이 가지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있죠. 마틸다가 주인공이 선물한 드레스를 입고 첫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며 자신의 첫 상대가 되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 역시 극장판에선 제외됐습니다. 미국 개봉 당시나 지금이나 영화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장면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랑받아본 적 없던 마틸다가 그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느낀 부성애적인 사랑을 연인들끼리 느끼는 감정으로 오해했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물론 마틸다의 제안을 거절하고, 여기서 주인공이 킬러가 된 사연이 드러납니다.
3. 사운드 트랙
영화의 엔딩곡이 상당히 유명합니다. 주인공의 씁쓸한 죽음을 뒤로한 마틸다가 그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던 화분을 마당에 묻어주는 모습과 함께 지미집이 올라가며 90년대 화창한 뉴욕의 시가지를 비춰주고 영화의 막을 내리는데, 이때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흘러나옵니다. 여기서 서정적인 기타 리프와 스팅의 중후하고도 운치 있는 목소리가 마틸다를 구해냈지만 끝내 살아남지 못한 주인공의 최후와 미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영화의 여운을 극에 달하게 만들죠. 때문에 항상 훌륭한 영화 음악, 위대한 엔딩곡 등을 논할 때 둘째 가라면 서러울 수준으로 꼽히곤 합니다. 말그대로 전설적인 엔딩곡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뤽 베송의 뛰어난 연출력을 돋보이게 해준 영화음악가 에릭 세라의 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에릭 세라가 작곡한 배경음악 OST는 장면 하나하나와 무척이나 잘 어우러져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프랑스적 감성이 넘치고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인 분위기가 풍깁니다. 여담으로 에릭 세라는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통틀어 이 영화에서의 결과물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창작물이라고 밝혔습니다.
4. 캐스팅
우선 주인공을 맡은 장 르노는 뤽 베송 감독의 페르소나였는데, 장 르노는 그랑블루가 세계적으로 히트한 이후 매너리즘에 빠져 잠시 연기 생활의 고비를 맞고 있던와중, 어느 날 뤽 베송이 자신의 집에 초대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당신을 위한 선물입니다. '레옹'."이라고 하며 장 르노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에 감동한 장 르노는 대본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며 뤽 베송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하죠. 이후 장 르노는 영화의 대성공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캐스팅 비화를 논하는데 마틸다 역을 맡게 된 나탈리 포트만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실 나탈리 포트만은 캐스팅 디렉터를 맡은 토드 테일러가 포트만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집에 돌려보내 이미 한 번 퇴짜를 맞은 상태였습니다. 토드 테일러가 뉴욕에서 섭외해 오디션을 진행한 배우들은 당시의 나탈리 포트만 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15~17세의 연기자들이었는데, 이 배우들의 오디션 비디오를 전달받은 뤽 베송 감독은 토드에게 격노하여 "이 연령대 배우들은 성관계가 뭔지 안단 말이야! 그게 뭔지 아예 모르는 연기자를 섭외하라고!" 라고 소리친 건 유명한 일화죠. 아무튼 그렇게 토드는 예전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은 나탈리 포트만을 떠올리게 되고 그렇게 포트만은 다시 한번 기회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뤽 베송 감독 영화 인생 최고의 업적이 됩니다. 게리 올드만의 캐스팅 역시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역대 최고의 광기 어린 악역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의 클래스를 한 단계 높여 주었습니다. 영화 잡지 KINO에선 그의 연기를 그해 최고의 명연기로 뽑는 등 두루 찬사가 쏟아졌죠. 극장에서 보면 그의 숨소리 하나하나가 극장 전체를 압도할 정도였다고 할 정도 였습니다.
5. 여담
의상은 프랑스의 의상 디자이너인 마갈리 기다쉬가 담당했으며 뤽 베송이 마음에 들어할 때까지 갈아입혔다고 합니다. 포트만 본인도 10주년 특집 인터뷰에 나와 밝히길 마갈리의 센스가 정말 탁월했던거 같다고 회상했기도하였습니다. 게리 올드만은 극중에서 베토벤을 수시로 언급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불멸의 연인> 이란 영화에서는 올드만 본인이 베토벤으로 출연하여 재미를 더했습니다. 해당 영화는 제5원소 제작 전에 스탭 해산을 막기 위해 제작된 영화입니다. 당시 제5원소의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려고 나서는 배급사들이 없었고 브루스 윌리스 마저 출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결국 촬영이 무기한 중단되기에 이르죠. 어렵사리 모은 제작팀들을 아무것도 못해본 채 해산시킬 수 없었던 뤽 베송이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단 3개월만에 각본을 만들어 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레옹입니다. 결국 폭발적인 인기와 신드롬 덕에 배급사에서 약 9천만 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었으며, 그 덕에 제5원소를 제작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한, 뤽 베송은 성장한 마틸다가 킬러로 등장하는 진짜 속편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는데 나탈리 포트만이 시나리오에 맞는 나이로 성장하길 기다리다 베송이 제작사 고몽을 떠나 유로파코프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판권을 가지지 못해 제작이 불발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마틸다는 어쨌든 학교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 셈이죠. 시나리오의 아이디어 일부는 이후에 베송이 제작한 여성 킬러 영화 콜롬비아나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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