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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작 자판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스즈메의 문단속> 파헤치기

by loyum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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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즈메의문단속 포스터

1. 스즈메의문단속

<스즈메의문단속>2022년 11월 11일에 일본에서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 따르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 로드 무비' , '문을 여는 것이 아닌, 닫으러 가는 이야기' , '영화관을 찾는 이유가 될 만한 작품 만들기를 목표'로 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또한 여주인공이 싸우는 액션 영화라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을 보고 액션을 해보고 싶어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신카이 작품 중 액션 전문 애니메이터가 가장 많이 참가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 또한 한국에서 대흥행했기에 슬램덩크를 이기고 싶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와는 세계관이 연결되진 않으며, 새로운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작품이죠.

2. 평가

가장 고평가 받는 부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답게 시각효과와 연출입니다. 전작이었던 날씨의 아이에서 배경 미술과 날씨표현에 너무 힘을 써 캐릭터 작화와 배경 미술이 따로 논다는 비판을 받은 걸 수용해 이번 작에선 전체적으로 영상의 밸런스가 좋았고 캐릭터의 구도나 이펙트의 CG 연출도 전작에 비해 더욱 발전했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은 전작들에 비해 CG 효과가 직접적으로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설정이라 특히나 더욱 잘 드러나죠. 감독의 전작에 대한 존중도 좋은 평가를 받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번작은 전작들처럼 이전 작의 캐릭터들이 직접적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진 않지만 작중 스즈메가 스마트폰으로 보던 예능 방송의 BGM이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의 메인 테마곡인 것과 스즈메가 도쿄의 하늘에서 떨어질 때의 배경 구도가 날씨의 아이의 도쿄 하늘 씬과 똑같은 구도인 것, 스즈메가 거울 앞에서 끈을 묶는 모습이 미야미즈 미츠하를 그대로 오마쥬한 것, 배경의 적란운의 모양이 날씨의 아이 때 적란운과 같은 것 등등 이전 작을 오마주한 연출들이 아주 많이 나오며 이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영화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가장 비판받는 점은 의도적인 스킵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의 흐름엔 큰 문제가 없지만, 모든 스토리가 2시간 언저리밖에 안되는 영화에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길다는 평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메세지들을 제한된 시간 내로 넣으려고 한 것이 과유불급이 된 것이죠. 이전작들은 의도적인 스킵을 넣되 적어도 서론과 결론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줬지만, 이번작에선 서론도 결론도 크게 잘라내고 시작부터 급격하게 본론이 밝혀지며 결말까지 쭉 그 페이스대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의 큰 틀만 진행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사소한 부분들, 서브캐릭터들의 감정선이나 스토리들도 전부 잘려나가서 스토리 라인에 눈에 띄는 구멍들이 남고 서브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이나 의도를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3. 이례적인 대흥행

이미 <너의 이름은> 으로 국내에서 380만 관객을 동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지만 정작 <스즈메의문단속>의 관객 수가 <너의 이름은>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일 거라 예측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본토 흥행만 봐도 객관적으로 <너의 이름은>에 밀리고 있었고,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적으면 영화에 대한 이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기 때문이었죠. 심지어 개봉 1주차까지만 해도 <너의 이름은>으로 유입된 감독의 팬들이 다 빠져나가 더 이상 흥행이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강세였습니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고 2주차에 떨어지기는커녕 관객 수가 오히려 상승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급기야 3주차 주말 관객 수마저 1주차 주말보다 오히려 더 늘어 애니 덕후들의 예측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이례적인 대흥행을 기록하였습니다. <스즈메의문단속> 의 이례적인 대흥행의 이유는 이 작품이 기본적으로 대중성을 잘 챙긴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며, 다른 재미있는 경쟁작들이 전멸하다시피 한 극장가의 상황이 맞물려 빠르게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은 관객 수 이상의 잠재적 인기 덕분에 관람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름은 알려질 만한 작품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네임밸류는 한국에서도 막강한 수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입소문을 타는 데 필요한 전제 조건은 우선 초반의 관객 동원률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들을 관람하지 않은 새로운 관객층들이 이 작품으로 그의 애니메이션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남녀노소 구분없이 빠르게 입소문을 탈 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영화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커플 단위로 영화관을 찾는 모습이 많이 보였던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지진 지역 배경지 설정 의도

작중 등장하는 지역들은 모두 현실에서 재난이 있었던 곳이거나 그 인근입니다. 스즈메의 거주지이자 출발지인 첫 지역 미야자키현(규슈)은 직접적인 피해 지역은 아니지만 2016년 구마모토 지진이 있었고, 두 번째 지역 에히메현(시코쿠)에서 잠깐 언급되는 ‘3년 전의 산사태’역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8년 7월 일본 서남부 지역에 전례 없는 폭우가 덮쳐 산사태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고, 하천이 범람하여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방문지 고베(효고현, 여기서부터는 혼슈)는 말할 것도 없이 그 유명한 1995년의 효고현 남부 지진 피해지역이고, 네 번째 방문지 도쿄도 작중 시점에서 딱 백 년 전인, 작중에서도 언급된 1923년에 관동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지역. 그리고 후쿠시마현, 미야기현을 거쳐 이와테현이 바로 여행의 종착지이자 스즈메의 고향인데, 다름아닌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도호쿠 대지진)피해 지역입니다. 이로써 배경지 설정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죠. 감독도 해당 재해들을 언급하며 인정했습니다. 특히 도호쿠지방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일본 지역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힌 재앙을 이후의 젊은 세대에게도 알려 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습니다. 일본 현지 개봉판과 해외 개봉판에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극 중에 지진 경보음이 자주 나오게 되는데 이것에 대한 안내 사항을 고지한 후에 시작합니다. 일단 픽션이다 보니 똑같은 효과음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유사하게 나오기 때문에 일본인 또는 현지 거주민들에게 있어 상당한 불쾌감이나 PTSD를 일으킬 수 있기에 양해 메시지를 띄운 것입니다. 해외판에서는 이 부분이 삭제되어 바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5. 오마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장면이 세월호 참사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맞다고 인정하는 등 한국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문을 사용하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작중 시점은 2023년 9월로 개봉 시점보다 미래라는 것은 날씨의 아이(2019년 개봉, 작중 시점 2021년) 때와 동일합니다. 아무래도 작중 도쿄 문단속 장면에서 언급이 되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날이 정확히 100년 전의 1923년 9월이었던 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작중 스즈메가 소타를 구하러 가기로 결심한 후 소타 없는 소타 집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은 후 머리를 묶는 장면은 <너의 이름은>의 미츠하가 머리를 묶는 장면의 오마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