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의 봄
2023년 11월 22일 개봉한 김성수의 한국 영화입니다. 1979년 12월 12일에 발발한 12.12 군사반란을 주요 소재로 합니다. 영화 제목은 '서울의봄'이나 서울의 봄의 전반적인 전개 과정만 도입부를 통해 간략히 소개되는 정도고 내용은 12.12 군사반란 당시의 9시간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의 봄이라는 사건 자체는 10.26 사태 이후 5.17 내란까지의 기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는 서울의 봄은 그 기간에 민주화의 열망을 갖고 벌어진 일련의 민주화 운동들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일반인이나 운동권이 아닌 어디까지나 군부와 관련자들의 이야기만을 담았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기도하죠. '서울의 봄이 왜 오지 않았는지, 어떻게 끝났는지'를 강조하며 아이러니와 안타까움을 불어일으키는 의도의 제목이라고 감독이 밝혔습니다. 시나리오 초고 단계부터 변함없이 안 바뀐 딱 두 가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제목이었다고 합니다.
2, 실제 역사와의 비교
극 중, 이태신 장군이 갑종장교 출신으로 설명되는데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 장태완은 육군종합학교 11기 출신입니다. 또한, 육참총장 경호원 권형진 준위가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면서도 가까스로 도착해서 정 총장의 납치 사실을 전하는데, 실제로는 반일부 준위는 총격을 받았지만 다치지 않고 간신히 도망쳐서 해병대 내무반에 도착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대통령 경호실장이 하나회 소속이지만 쿠데타 계획을 사전에 몰랐다고 묘사됩니다. 실제에서는 정동호 당시 경호실장 직무대리는 반란군의 일원으로서 부하인 작전과장 고명승과 함께 경호실 병력을 이끌고 헌병들을 제압, 최규하 대통령을 사실상 감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그가 역사에서처럼 헌병들을 제압하면 전두광이 정문 앞에서 공관 헌병들에게 체포당할 뻔한 장면이 대놓고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각색된 것으로 보입니다. 육사 13기(하나회)라는 자막은 실제 정동호와 맞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국방부 휘장을 비롯하여 각군 상징기와 일부부대의 단대호와 부대마크들이 실제와 미묘하게 바뀌어 있기도 합니다. 영화 쉬리와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수방사 마크를 그대로 사용했다가 부대에서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어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3. 음악
1999년 미국 버클리음대 유학 중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의 음악으로 데뷔한 바 있는 영화음악가 이재진이 맡았습니다. 김성수 감독과는 <아수라> 이후 두 번째 협연이죠. 이재진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에 군용 스네어 드럼, 남성 합창단의 보이스를 추가로 편성한 비장하고 긴장감 넘치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했으며, 영화 내에서도 적재적소에 사용되어 긴장감과 스릴을 배가시킨다는 호평을 들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국군의 군가 '전선을 간다'가 인상깊게 활용되었습니다. 우선 영화 후반부에 허밍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전선을 간다의 곡조를 연주하는 스코어 음악이 나왔고, 엔딩크레딧에서는 합창이 가사까지 부르는 악곡이 등장합니다. 엔딩 합창판은 1, 2절 가사를 모두 부르는데, 2절의 첫 두 소절은 1절 가사로 바꾸었습니다. "숨 쉬는 산하, 봄이 온 전선" 등 긍정적인 시어를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으로 바꾼 것으로, 쿠데타에 의해 꽃 피지 못하고 저물어버린 서울의 봄을 가사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진 음악감독의 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죠. 아이러니한 사실이 있다면, '전선을 간다'는 본작의 배경인 12.12 군사반란을 통해 전두환이 정권을 잡았던 1980년대 초반에 탄생한 군가라는 점 입니다.
4. 1300만 관객 돌파, 영화의 흥행
영화의 개봉 다음달인 12월 24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펜데믹 이후 첫 단독 천만 관객 돌파 영화가 되었습니다. 12월 25일에는 같은해 최고 관객수를 달성하였던 범죄도시3를 제치고 2023년 한국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또한 2024년 1월 13일에는 2022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천만 영화를 달성하였던 범죄도시2의 관객수 1,269만명 마저 제치고 2020년대 흥행작 1위에 올라섰기도 하였습니다. 마침내 2024년 1월 27일 오후 6시 경 1,300만 관객을 돌파하였습니다. 호주, 미국, 대만에서 12월 개봉되었으며, 일본에서2024년 8월 23일에 개봉되었습니다. 같은 시대를 다룬 작품인 제5공화국이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보니, 당시 제5공화국을 즐겨봤던 일본의 팬들이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장포스 장면을 재현해주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고 하죠. 중국에서는 탱크맨과 비슷한 구도가 나오는 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상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유학생으로 보이는 중국 네티즌들이 평가 사이트인 더우반 등 인터넷 상에서 극찬하였습니다.
5. 마무리
마지막 장면에서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광과 하나회 일당이 다 같이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처음엔 배우들로 찍은 사진이 나오다가 한 명씩 클로즈업되며 모티브가 된 인물들이 추후에 어떤 요직들을 거쳤는지 자막으로 약력이 나열됩니다. 마지막은 당연하게 노태건과 전두광이 장식하죠. 이후 플래시가 한 번 더 터지고 흑백 사진으로 바뀐 이후에 화면 전체가 암전이 된 후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시작하고, 도중에 전두환을 비롯한 실제 하나회 단체 사진으로 바뀌어 비치는 연출이 압권입니다.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군가 '전선을 간다' 는 더욱 분위기에 압도되게 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드라마 <제5공화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실제 단체 사진을 바탕으로 그 인물들의 향후 행적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현재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재주목을 받으며 넷플릭스 주간 Top10 1위를 오르며 역주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OTT 를 통해 관람할 수 있는만큼 잊어선 안되는 역사를 한번 더 관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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