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승부
<승부>는 김형주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이자 2025년 3월 26일 개봉한 영화입니다. 1991년 11월 8일, 35기 국수전 최종국에서 일어난 일을 담았으며, 16세 국수인 제자 '이창호'에게 도전하는 스승 '조훈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MBC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국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하였죠. 다큐멘터리에서도 영화처럼 스승과 제자 사이의 긴장된 심리를 잘 담아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실화라는 점을 한 번 더 인지하고 보신다면 영화를 더 깊이 있게 보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훈현 역의 이병헌과 이창호 역의 유아인/김강훈(아역)의 출연으로 더욱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흥행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 논란의 '유아인' 출연
영화는 스승 조훈현을 맡은 '이병헌'과 제자 이창호를 맡은 '유아인' 배우가 메인인 영화입니다. 애초에 영화 자체가 스승과 제자 간 사제 대결에서 일어나는 모습에 초점을 둔 영화이기 때문에, 유아인을 영화에서 완전히 지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3월 7일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승부>의 제작보고회가 이루어졌습니다. 김형주 감독은 "예고편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반면 본편 이야기 구조, 기획 의도에서 비춰볼 때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게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될 것 같았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또한 "이창호 국수를 언급 안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영화가 공개되고 나면 그 부분들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김형주 감독은 인터뷰에서 마약 투약 사건 이후 유아인의 부친상에 조문을 가 유아인을 만났다고 말했으며, 유아인은 김형주 감독에게 짧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드릴 말씀 없습니다' 라고 사과했다고 하죠. 이러한 영화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영화 예고편, 포스터, 광고, 무대 인사 등 각종 홍보 매체에서 유아인을 지우고 있습니다. 영화의 캐릭터 포스터도 유아인 대신 어린 시절의 이창호를 연기한 아역 배우를 담아냈습니다. 또한 조훈현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는 데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 개봉 전에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접근이 먹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개봉 이후 영화에 '유아인'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논란을 잠재울 것인지 집중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여담
영화에서 고증을 안 지킨 부분이 있는데, 단수의 아라비아 숫자(1, 2, 3, ...9) 표기는 아마추어 기사들에게 쓰는 것이고 프로 기사의 단수는 한자(初[18], 二, 三, ...九)로 표기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극중에서는 관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숫자로 표기했습니다. 당연히 바둑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보다보면 일상 용어 중 바둑에서 유래한 단어가 꽤 많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정석, 포석, 패착, 승부수, 초읽기, 복기, 사활 등. 바둑 문외한도 이해 가능하도록 자막을 통한 전문용어 설명이 충실합니다. 작중 의상을 잘 보면 조훈현과 이창호가 사제 대결을 하는 장면에서 조훈현은 어두운 색의 정장, 이창호는 흰색 파카를 입고 있으나 이창호가 파죽지세로 이기며 타이틀을 죄다 뺏을 때가 되면 두 사람의 컬러가 역전, 이창호가 어두운 색에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입고 조훈현은 새하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실제 사진을 보면 전자의 경우 실제 인물들이 당시 입었던 옷을 고증한 것이죠. 예외적으로, 영화가 공식 개봉하기 전에 백 사범 역을 맡은 남문철 배우가 사망하였고, 이에 따라 크레딧 상에서 남문철의 이름 앞에 '故'를 붙여서 소개하였고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에 남문철에 대한 추모 문구가 나오기도 합니다.
4. 그 외 사실
영화의 제작은 2020년 12월 17일에 시작해 2021년 4월 3일에 마무리되었습니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극장이 마비되면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개봉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해 주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이 발생하였고, 2025년 2월 18일 유아인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형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영화의 개봉일도 빠르게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영화의 원래 투자 배급사가 각종 논란으로 인해 영화의 개봉을 접게 되었습니다. 이를 보고 투자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나서면서 극장에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곽도원 배우의 이슈와 함께 감독 곽경택(국회의원 동생 이슈)로 인해 흥행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영화 <소방관>의 배급사입니다. 영화 <소방관>을 보고 흥행에 있어서 어려울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소방관>은 손익 분기점을 훌쩍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흥행에 성공한 영화 <히트맨 2> 역시,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배급한 영화입니다. 올해 대형 배급사보다 성적이 좋은 '바이포엠스튜디오'는 논란의 영화 <승부>도 흥행에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만약 이번 영화도 성공시킨다면, 이제 논란이 있는 영화들은 '바이포엠스튜디오'에게 배급을 맡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5. 평가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80만 명입니다. 현재 개봉 2일만에 15만명을 기록하며 개봉주 주말에는 더욱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봉 후, 관람객들은 "믿고보는 이병헌, 볼수록 아까운 유아인" 이라며 이병헌과 유아인에 대한 연기실력을 칭찬하기도 하였으며 " 실화 바탕이고 바둑을 잘 몰라서 지루할 것 같았는데 영화 내내 잔잔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 했다 " 며 바둑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감동과 이야기를 선사한다는 평이 많습니다. 개봉 2일만에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앞으로의 관람객들의 평가들이 기대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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